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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시즌3
제6화 혼돈이라는 사다리

 

나무가 너무 많잖아요

 

많이 넣어야 불도 커지죠

 

바람은 통해야죠

 

큰 나무는 빼요

 

불 박사네

 

그럼 어릴 때
불도 안 피워 봤어요?

 

리치는 덥거든요

 

시종들도 있었고

 

귀족 같더라니

 

최초인의 주먹에서
주워 온 게 있어요

 

묻혀 있던 보물인데
수천 년은 됐을 거예요

 

어디 쓰는 건데요?

 

어디 쓰는진 몰라도
엄청 예쁘잖아요

 

얼마나 남았어요?

 

얼마 안 걸려요
며칠이면 가요

 

장벽이 소문대로 그렇게 커요?

 

소문보다 크죠

 

얼마나 높은지
꼭대기도 잘 안 보여요

 

구름이 가리거든요

 

- 장난치지 마요
- 장난 아니에요

 

높이는 200m가 넘고
얼음으로 만들어졌죠

 

따뜻한 날에는
녹아 흐르기도 해요

 

그래도 검은 성은 지낼만 해요

 

밤낮으로 회랑에
불을 피우거든요

 

홉이 사슴 고기랑
양파로 스튜를 만드는데

 

정말 맛있어요

 

가끔은 형제들이
노래도 부르는데

 

다리온이 제일 잘 불러요

 

- 노래할 줄 알아요?
- 아뇨

 

아뇨, 잘 못 해요

 

노래 불러 줘요

 

알았어요

 

아버지 신의 표정은
엄하고 강인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신다네

 

우리의 수명을 결정하시며

 

어린 아이들을 사랑하신다네

 

어머니 신은 생명을 선물하시고

 

아내들을 돌보시네

 

온화한 미소로 싸움을 끝내시고

 

어린 아이들을 사랑하신다네

 

-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 나도 벗길 줄 알아

 

모르는 거 같은데

 

장벽 이북에서 크면

 

사냥감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내가 모를 거 같아?

 

내가 활만 있었어도
열댓 마리 잡았어

 

내가 만든 활이야

 

장벽 이북에서는
만드는 거 못 배웠어?

 

주먹 쓰는 법을 배우지

 

그럼 토끼도 때려죽이시게?

 

사람을 패고 싶은데

 

그럼 어디 해 보지?

 

둘 다 토끼 가죽
잘 벗긴다고 해 줄게

 

그래도 한 명이 더 낫긴 하지

 

아침거리 사냥해 왔으면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장벽 이북에서는
고맙단 말 안 가르쳐?

 

주둥이만 살았군
못 열게 해 주지

 

그만 해!

 

- 호도
- 만난 날부터 싸웠잖아

 

이제 그만 좀 해

 

미라 아가씨가
늘 삐딱하게 굴잖아요

 

네가 못되게 굴었잖아
미라도 똑같고

 

그게 내 책임이에요?

 

날 처음 만난 날
내 목에 칼을 댔어요

 

너도 날 처음 본 날
칼 들이댔잖아

 

서로 싸우다간 장벽까지 못 가

 

둘 다 화해해

 

- 빨리 벗기긴 하네
- 그걸 이제 알았어?

 

오샤!

 

사냥 솜씨 좋더라

 

고마워, 봤지?
안 어렵잖아

 

- 그냥 '고마워'
- 성질 긁지 마

 

나 여기 있어

 

왜 저래?

 

나 여기 있어

 

왜 그러는데?

 

환영을 보는 거야

 

지금 보는 거야?

 

존 스노우를 봤어

 

형을 봤다고?
검은 성에서?

 

장벽 반대편에 있어

 

적들한테 둘러싸여서

 

전엔 장벽 근처에
나무 한 그루 없었지

 

매일 같이 까마귀들이
도끼질을 하는 바람에

 

네놈들 떼는 매년 줄고 있지

 

올라가 본 적 있어?

 

아니

 

그래도 토먼드는 50번쯤 해 봤대

 

겁먹었구나?

 

- 넌 아니야?
- 당연하지

 

올라가는 길이 한참이긴 해도

 

저기서 보는 풍경을
평생 꿈꿔 왔거든

 

여기 앉아 봐
네 것도 가져왔어

 

크긴 해도 쓸만 해

 

누구 죽이고 뺏었어?

 

아니

 

죽이진 않았어
사타구니를 아작냈지

 

너처럼 다정하진 않았어

 

너처럼 혀로 해 준 적도 없고

 

여기선 조용히 해

 

여기선 조용히 해

 

난 존 스노우다

 

반쪽손과 백귀를 죽였지만
발가벗은 여자는 무서워

 

무서워하는 거 같았어?

 

사시나무처럼 떨던데?

 

처음에만 그랬지

 

처음에만

 

넌 여자를 잘 알아

 

그리고 걱정 마

 

비밀은 지켜 줄게

 

무슨 비밀?

 

네가 귀족 계집들처럼
머리가 빈 것 같아?

 

넌 충직하고 용감해

 

맨스는 속여 넘겼지만
아직도 속은 까마귀잖아

 

이제 난 네 여자야

 

네 여자한테는
충실해야 하는 거야

 

야경대는 네 목숨에
관심이 없어

 

맨스도 내 목숨엔 관심이 없고

 

우린 죽어도 그만인
소모품에 불과하니까

 

우리에게 중요한 건
우리 둘뿐이야

 

날 배신하지 마

 

안 해

 

그럼 네 물건 잘라서
목에 걸고 다닐 거야

 

도끼를 깊이 박고

 

발을 내딛기 전에
단단히 고정해라

 

그리고 떨어지면
비명지르지 마라

 

네 여자에게 겁쟁이로
기억되면 안 되잖아

 

조프리

 

세르세이

 

일린 페인

 

제법이구나

 

제법이긴 한데
아직 한참 멀었어

 

얼굴, 가슴, 사타구니

 

- 노린 대로 들어갔어요
- 그래

 

그런데 조준하느라
시간깨나 썼잖아

 

허수아비랑 싸울 일은 없어

 

자세 잡아 봐

 

팔꿈치는 높게

 

등은 꼿꼿하게 힘주고 서 있어

 

그대로 있네

 

멈추지 마

 

- 네?
- 가만히 있으면 근육이 굳어

 

뺨까지 당긴 후에
그대로 시위를 놔

 

- 멈추지 말고
- 조준은 해야죠

 

조준하지 마

 

조준하지 마요?

 

눈은 화살이 갈 곳을
알고 있거든

 

눈을 믿어 봐

 

누군가 있어요

 

그쯤에서 멈추지

 

- 우린 친구예요
- 미안한 말씀이지만

 

그건 우리가 결정해

 

발라 모굴리스

 

발라 도하에리스

 

리버랜드에서 여사제를
보긴 오랜만이구려

 

미르의 토로스군요

 

대사제께서 임무를
주셨을 텐데요

 

로버트 왕을 설득해
빛의 신께 이끌라고

 

어떻게 됐죠?

 

실패했소

 

포기한 거겠죠

 

이교도들은 치고받는데
술이나 마시고 있다니

 

신을 섬기는 방식은
저마다 다른 법이오

 

공용어 할 줄 아시오?

 

내 친구들이
발라리아어를 몰라서

 

여긴 무슨 일이오?

 

무례를 용서하시오

 

요샌 여인들을
많이 보지 못 해서

 

여인네들에게 다행이지

 

신께서 몇 번을
살리신 겁니까?

 

여섯 번

 

불가능한 일인데

 

신께서 날 향해
웃어 주신 거요

 

이런 힘은 없을 텐데

 

난 힘이 없소

 

난 신께 간청했고

 

신께서 응답하셨을 뿐

 

난 엉터리 사제였소

 

술에 빠져 살고

 

수도의 매춘부들은
전부 품어 봤소

 

창피한 일이지만

 

웨스터로스에 왔을 땐
믿음도 잃은 후였소

 

신들에 대한 얘기는

 

애들 착하게 크라고
지어낸 건 줄 알았지

 

그래서 사제복을 입고
기도문을 읊고 다녔지만

 

전부 연극이었소

 

가짜였단 소리요

 

'산'이 저분의 심장을
창으로 뚫기 전까진

 

난 시신 옆에 앉아
기도문을 외웠소

 

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친구이던 사람이
그렇게 죽었으니

 

아는 기도문이라도 읊어 줘야지

 

그때 평생 처음으로
신께서 응답하셨소

 

베릭 경이 눈을 뜨자
난 깨달았소

 

우리의 신만이 진정한 신이시며

 

모든 이가 그분을
섬겨야 한다는 걸

 

저세상에 가 봤군요

 

저세상?

 

그런 건 없소

 

내가 있던 곳은
그저 어둠이었소

 

당신을 보내신 것도
이유가 있으실 터

 

그분께 필요한 자를
데리고 있더군요

 

돗바늘 화살촉이야

 

180m 거리에서도
판금 갑옷을 꿰뚫지

 

만들 수 있어?

 

어렵진 않겠어요
좋은 철만 있으면

 

내가 구해다 주지

 

가자

 

저 여자 싫어요

 

넌 여자니까 그러지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날 용서해라

 

뭐 하는 거야?
그 손 놔!

 

- 말려 봐요
- 따라 와

 

형제단이 되고 싶댔어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우린 빛의 신을 섬긴다
신께서 명하신 일이다

 

저 여자가 한 얘기는 아니고요?

 

신 때문이 아니잖아요

 

금 때문이지

 

둘 다란다

 

무기와 말, 식량 없인
백성들을 지킬 수 없다

 

금 없이는 무기와 말
식량을 구할 수 없고

 

모두 형제라면서요!

 

나도 형제단에 넣어 준다면서요

 

넌 그릇이 달라

 

저들은 이 전쟁에서
보병일 뿐이지만

 

넌 왕들의 흥망을
결정지을 몸이야

 

당신은 마녀야
겐드리를 죽일 거지?

 

어둠이 보이는구나

 

그 어둠 속에서
날 보는 눈들이 있어

 

갈색 눈들

 

파란 눈들, 녹색 눈들

 

네가 언젠가 감게 만들 눈들

 

우린 다시 만날 거다

 

내 엉덩이 보고 있지?

 

조심해!

 

괜찮아?

 

맞고도 버티나 시험해 봤다

 

미안, 자고 있었어?

 

무...

 

무...?

 

물?
목마르구나?

 

물이 없어서 어쩌나

 

놀이 하나 할까

 

제일 필요 없는
부위가 어디야?

 

제발

 

제발이란 부위는 없지

 

전부 다 말할게

 

벌써 다 말했잖아

 

기억나?

 

아빠는 못되게 굴고
스타크는 널 무시했다며

 

그래도 실망 마

 

스타크 꼬마들이
아직 살아 있잖아

 

사냥할 맛 나겠지?

 

넌 실패했지만
난 사냥 실력이 좋거든

 

좋아

 

새끼손가락은 어때?
별로 필요없잖아

 

그렇지?
시작해 보자고

 

잡혀 있는 이유가
궁금해 죽겠지?

 

여긴 어디고

 

난 누구고
내가 왜 이러는지

 

맞혀 봐

 

맞히면 말해 줄게
신들에게 맹세하고

 

이긴 거로 해 줄 테니

 

고문하는 이유와
내 정체를 맞혀 봐

 

새끼손가락 잘라 달라고
애원하면 내가 이긴 거고

 

내가 이기면 풀어 줄 거야?

 

좋게 나갈 수 있다는
대단한 착각은 하지 마

 

제발...

 

제발이란 말 또 했다간
후회하게 해 줄 거야

 

먼저 해 봐
여기가 어디지?

 

북부

 

너무 애매해

 

딥우드 모트

 

감도 못 잡는구만

 

다시 어디지?

 

라스트 허스

 

내가 엄버 놈들 같아?

 

카홀드!

 

카홀드?

 

어떻게 알았지?

 

혹시 들어오면서
깃발 본 거 있어?

 

아니

 

그냥 짐작이야

 

대단하신 테온 나리

 

그럼 내가 누구지?

 

- 토렌 카스타크
- 그놈은 죽었어

 

왕시해자가 목 졸라 죽였지

 

네 형제였겠지

 

네 아버지는
리카드 카스타크야

 

- 맞히면 말해 준다고...
- 맞았어

 

리카드 카스타크 경은
롭 스타크의 기수지

 

난 롭을 배신했어

 

그래서 날 고문하는 거야

 

그래

 

네가 이겼어

 

그런데 말이야
네가 실수한 게 있어

 

내가 거짓말쟁이냐고
먼저 물어봤어야지

 

난 거짓말쟁이거든

 

내가 한 말은 전부 거짓말이야

 

무슨 이유가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거든

 

하긴 이유가 있긴 해

 

재밌잖아

 

제발 잘라 줘!
당장 잘라 버려!

 

내가 이겼네

 

서둘러 와 줘서 고맙소
길이 위험할 텐데

 

강도와 불한당들이
득실거립니다만

 

북부의 왕께서 부르시니
한걸음에 달려와야죠

 

저희 부친께선 조건만 맞는다면

 

계속 동맹 관계로
남겠다 하셨습니다

 

프레이 경께선
사과를 바라십니다

 

따님과의 약혼을
파기하셨으니까요

 

물론 내 잘못이니 사과하고 싶소

 

약속 위반의 대가로

 

하렌할과 영지를
요구하셨습니다

 

- 그건 조금...
- 우린 북부를 위해 싸웁니다

 

하렌할은 남부요

 

전쟁이 끝나면 주겠소
그땐 전략적 가치가 없으니

 

하나 더 있습니다

 

프레이 경이 원한다면
뭐든 줄 수 있소

 

물건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뭐요?

 

안 되지

 

에드무어 경과 로슬린이라는
따님의 혼인을 바라십니다

 

- 몇 살이오?
- 열아홉입니다

 

- 얼굴을 봐도 되겠소?
- 소 사러 가십니까?

 

아침에 떠날 겁니다
그 전까진 답을 주시죠

 

2주 내로 식을 못 하면

 

이 동맹은 끝입니다

 

전쟁 중이란 사실을
모르고 계시는 거요?

 

많이 연로하셨습니다

 

얼른 시집을 보내야
마음이 편해지시겠죠

 

그리고 긴 약혼 서약은
못 믿겠다 하시더군요

 

충분히 이해하오

 

잠시 자리를 비켜 주시겠소?

 

왜 내 신부감을 그 영감이 골라?

 

그래도 전하처럼
선택권은 있어야죠

 

명색이 영주가

 

프레이 경의 자존심을
우리가 건드린 겁니다

 

내 잘못이 아닙니다
난 못 합니다

 

내 말 새겨 들어라
너는...

 

신들의 규율에도 있지만
혼인을 강요할 순 없어요

 

내 주먹의 규율을
맛보고 싶은 게로구나

 

말로 하셔도 됩니다

 

외숙부께서 거절하시면
이 동맹은 끝입니다

 

내가 12살 때부터
딸을 주려던 인간이니

 

포기할 리 없습니다

 

거절하면 돌아와서
딸을 고르라 하겠죠

 

우리 자유와 목숨을 걸고
예쁜 아내를 고르겠다?

 

우린 전쟁 중입니다

 

저들 없인 이길 수 없고
실랑이할 시간도 없습니다

 

방앗간 전투 건을
만회하고 싶댔죠?

 

그 영웅적인 전투를 기억하느냐?

 

그래도 혼인은
지나치지 않습니까

 

전투에선 이겨 왔지만
이 전쟁에선 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동맹을 놓치면
분명히 집니다

 

혼인하겠습니다

 

제 죄를 대신하시는 게
부당한 일인 거 압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드디어 어울리는 옷을
찾아 준 모양이군

 

네, 감사합니다

 

볼튼 경께서는
스타크의 기수시죠

 

캐틀린 부인 명으로 제이미를
수도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롭 전하께선 모친을
포로로 잡고 계시네

 

모친이 아니었다면
반역으로 처형했겠지

 

자넬 롭 스타크에게
돌려보내야 하네

 

그래야지

 

그런데 여기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군

 

이유가 뭘까?

 

전쟁엔 돈이 들지
자네 값은 후하고

 

누가 가장 후할지 잘 아실 텐데

 

날 북부로 보내서
죽기라도 하면

 

누가 가장 화끈하게
갚아 줄지도 뻔하고

 

그렇지

 

둘 다 죽여서 시체를
태우는 게 안전하지

 

그렇겠지

 

허나 아버지가
그 일을 모르실까?

 

롭 왕 덕에 바쁘시던데
남는 시간이 있을까?

 

없는 시간도 내실걸

 

몸을 회복하는 대로
킹스랜딩으로 보내 주지

 

부하들의 실수를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네 부친께는 분명히 얘기하게

 

난 자네의 팔과는
관계가 없노라고

 

- 그럼 건배할까?
- 생각 없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독이라도 탄 줄 알겠군

 

좋아

 

아가씨, 앞으로
조용한 여정이 되기를

 

저 친구는 남을걸세

 

호송은 내 책임이고

 

자넨 반역 공모범일세

 

어쨌든 데려가야겠어

 

그럴 입장이 아닐 텐데

 

주제 넘은 행동의 대가를
잘 알잖나

 

- 안 되겠군요
- 이유는?

 

내 손자는 하이가든의 자랑이고

 

칠왕국 전체에서
손꼽히는 신랑감이죠

 

- 경의 따님은...
- 부유하고

 

칠왕국에서 제일 가는 미인이오

 

- 왕의 어머니이고
- 늙었죠

 

늙었다?

 

늙었죠

 

그쪽은 내가 전문입니다
곧 여자노릇 못 할 텐데

 

그럼 어찌 되는지
경도 아실 겁니다

 

타이윈 경 배짱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이건 완전히 다른 문제죠

 

사람이 모두 늙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겠소

 

내 배짱이야
아직 여전하지만

 

로라스의 성적 취향은
맘에 걸리는 게 사실이오

 

- 부인하는 거요?
- 부인하긴요

 

딱딱한 꼬챙이를
좋아하는 녀석이죠

 

그런 고뇌가 있으니

 

칠왕국 최고의 미인과
결혼해 오명을 벗으면

 

본인에게도 좋을 거요

 

남자 사촌들과 함께 자라셨죠?

 

부친 기수의 아들이나
종자, 마굿간지기

 

물론이오

 

그런데 한 번도...

 

없소

 

단 한 번도?
비슷한 거라도?

 

절대 없소

 

자제력이 대단하시군요

 

허나 사내 녀석 둘이
이불 덮으면 그리도 되죠

 

하이가든에선 비정상적인 행동도
용인하나 보오

 

그렇진 않아요

 

몰래 남색을 밝히는 건
어느 정도 봐주지만

 

남매의 경우라면

 

우리 고향에서는
씻기 힘든 오명입니다

 

그런 악의적인 거짓말엔
더 이상 대꾸 않겠소

 

거짓말이든 아니든

 

이미 많은 이들이
그리 알고 있습니다

 

칼을 들고 일어서서

 

라니스터와 타이렐을 죽일
명분이란 소리죠

 

둘의 혼인은 위험해요

 

사람들 생각엔 전혀 관심없소

 

부인 생각도 관심없고

 

그저 관심없다고
무시할 게 아니죠

 

내 아이들 소문이
사실이라 한다면

 

조프리는 왕이 아니고

 

타이렐은 진흙탕에
꽃을 내던진 셈이오

 

세르세이는 로라스의 애를
낳기엔 너무 늙었죠

 

또 다른 꽃을 진흙탕에
던지라고 하다니

 

그리는 못 합니다

 

위험한 도박이라
생각하는 모양이구려

 

좋소

 

확실히 해 드리지

 

혼인을 거부하면 로라스를
왕실근위대로 임명하겠소

 

왕실근위대의 서약은
들어 보셨을 거요

 

결혼할 수도 없고
자식을 가질 수도 없소

 

타이렐의 이름은 서서히 시들겠지

 

그럼 하이가든은 조프리의
아이가 갖게 될 거요

 

경을 증오하는 이에게
손자를 지키라 할 겁니까?

 

서약을 중히 여기는
솜씨 좋은 전사가

 

손자를 지켜 주는
경우가 좋겠소만

 

그럼 명령문을 써야겠소?

 

아니면 혼인에 동의하시겠소?

 

이름 값 하는 인물이
드물게 명이 길군요

 

안 돼!

 

줄을 잘라야겠어요

 

안 돼!

 

손 잡아!

 

핀이 정말 예뻐요

 

브로치에 가깝죠

 

하긴 브로치나
핀이나 마찬가지니

 

그 얘기를 듣고
너무 행복했어요

 

네, 저도 그렇습니다

 

꿈꾸는 기분이에요

 

저도 그렇답니다

 

성대한 혼인식을
치르는 게 꿈이었죠

 

하객, 음식, 마상경기

 

당연히 신부도 있어야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금실로 수놓은
드레스를 입은 모습

 

하이가든에 가 보셨나요?

 

아뇨, 윈터펠에서
나가 본 적이 없어요

 

멋진 곳이라 하니
빨리 보고 싶어요

 

여길 떠나고도 싶고

 

끔찍한 곳이죠?

 

이리 끔찍한 곳은
본 적이 없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겠지?

 

둘 다 죽이면 돼

 

우리 넷 중 누가 제일
불행한지 모르겠네

 

아마 산사겠지

 

로라스도 절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지겠지만

 

아버지는 차별을
안 하시는 분이지

 

다 같이 배 타고
지옥으로 가는 거야

 

누님이 만든 배야

 

음모를 꾸민 건 타이렐이고

 

난 우리 가족을
지키려던 것뿐이야

 

나도 가족이야

 

가문의 생존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라고

 

누님이나 아버지가
인정을 하기 싫더라도

 

난 인정해

 

네가 아니었으면

 

스타니스가 이 도시를
점령했을 테니까

 

우리 머리는 성문에서
썩어 가고 있었겠지

 

그리 고맙다는 사람이
날 죽이려고 하셨어?

 

왕실근위대는
두 명의 명령만 받지

 

만돈 기사에게 전투에서
날 죽이라 지시했어?

 

그 녀석 성격답군

 

직언을 하는 사람이
나뿐이니 싫어하겠지

 

날 노리는 건 이해하는데
그 녀석은 너무 멍청해

 

독살을 했으면
아무도 몰랐을 것을

 

왕이 왕실근위대에게

 

전군이 보는 앞에서
대수를 죽이라 하다니

 

- 정말 멍청한 놈이야
- 무슨 말이 듣고 싶어?

 

내 목숨이 위험한지
말해 달라는 소리야

 

위험하겠지

 

하지만 아버지가 계시니
조프리도 얌전히 굴 거야

 

타이윈에 대한 공포로
칠왕국이 하나가 되는군

 

타이렐은 아니지

 

아버지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지니까

 

조프리가 그 교활한
마저리 계집과 혼인하고

 

대를 이어가면

 

역사는 저들 손으로
넘어가 버릴 거야

 

그나마 누님은
탈출할 수 있어

 

제이미가 돌아오면

 

로라스의 배에 검이 박힐 테니까

 

돌아온다면 그렇겠지

 

그런데 언제 오겠어?
생사도 모르는데

 

형님이 오든 말든
내 인생은 망했어

 

산사에겐
누가 말할 거야?

 

- 사람들이 좋아할까?
- 눈치도 못 챌걸요

 

하긴 내 혼인식도 아닌데

 

아무튼 하이가든의
제단사들은

 

킹스랜딩의 제단사보다
훨씬 솜씨가 좋아

 

내 혼인식 드레스는
예쁘게 만들어 주겠지

 

로라스 기사님은
비단 옷을 좋아한대

 

그러시겠죠

 

우리 가족들을
부르게 해 줄까?

 

저야 모르죠

 

부르게 해 줄 거 같아?

 

아뇨

 

티리온 경이 오셨습니다
잠깐 기다리시라...

 

실례합니다, 아가씨

 

전하의 혼인식에 입을
옷을 보고 있었어요

 

네, 성대한 혼인식이
될 거라더군요

 

할 말이 있습니다

 

하세요

 

단둘이 해도 될까요?

 

- 왜 단둘이 얘기해요?
- 셰이

 

무례를 용서하세요
이곳 출신이 아니라서요

 

그래도 셰이를 믿어요
자기는 믿지 말라지만

 

궁금한 얘기더라도

 

나중에 생각해 보면
후회할 수도 있죠

 

다른 상황에서
들을걸 하는

 

정말 괜찮아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참...

 

참.. 난감하군요

 

아에곤이 쓰러뜨린

 

적 수 천 명의 검을 빼앗아

 

발레리온이 내뿜는
화염으로 녹였다죠

 

천 개는 아닙니다

 

200개도 안 되죠

 

세 봤답니다

 

물론, 그랬겠죠

 

참으로 흉물입니다

 

그래도 매력적인 존재죠

 

라이사 아린의 남편이라니

 

꿩 대신 닭이라
아쉬우시겠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렇겠지만

 

사실 이것도 과분하죠

 

원하는 걸 얻고 마는
내가 두려울 겁니다

 

경을 방해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만

 

친구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잖습니까

 

지당한 말입니다

 

산사를 타이렐에
넘겨 주려는 공작을 보며

 

솔직하게 말해서

 

나도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경의 정보원

 

내 계획을 누설한
바로 그 여자

 

경이 지켜 주겠다
약속했던 여자

 

경에게도 득이 안 됐고

 

내게도 마찬가지였답니다

 

내 입장에서는 실패한 투자랄까

 

다행히 새로운 시도를
원하는 친구가 있었죠

 

대담한 무언가를

 

그런 기회를 준 걸
아주 고맙게 여기더군요

 

난 왕국을 위해 그랬을 뿐입니다

 

왕국을 위해?

 

왕국이 뭔지 압니까?

 

아에곤이 적에게 뺏은
검 천 자루 같은 겁니다

 

거짓말이란 게
잊혀질 때까지

 

서로 떠들기로 한
이야기 같은 것

 

그 거짓말을 버리면
뭐가 남을까요?

 

혼돈입니다, 모두 다
그 구덩이에 빨려들겠죠

 

혼돈이란 건
구덩이가 아닙니다

 

위로 오를 사다리지

 

올라가다 실패하고
포기하는 자들이 많죠

 

패배감에 젖어서

 

그리고 어떤 이들은
기회가 있어도 거절합니다

 

왕국에 매달리거나
신이나 사랑에 매달리죠

 

모두 허상입니다

 

사다리만이 현실이며

 

올라가는 것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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